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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뷰>전기차 정비인력 부족, 해결책 없나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3.09 07:46:21

2017년 1월말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 6,252대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전체 전기차의 약 50%가 주행중인 제주.


시기상조라는 우려 속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주 전기차 보급사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렸다.


전기차 보급 초창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충전인프라 부족 문제가 간신히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전기차 정비와 관련된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그 구조가 단순하고 소모품의 숫자가 적어 비교적 고장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차량과는 전혀 다른 구조에 380v라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그 특성상 한 번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전기차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사고로 인해 정비업소에 차가 입고 될 경우 수리에 최대 2달이 소요되는 등의 경험담이 공유되는 등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점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중인 현직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은 이의 숫자도 적은 데다가, 수리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전기차 정비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도에서 주관하는 전기차산업 관련 간담회 등에서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정비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계속 전기차 보급대수만 늘어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돌아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도내 전기차 정비 교육 현황은 어떠한가, 전문 인력 부족을 해결할 묘책은 없을까?


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일, 도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정비 과정을 교육하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의 자동차학과를 방문, 신현초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한국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입구 전경


▲ 자동차학과가 위치한 미래관의 전경


제주교통복지신문(이하 교통)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신현초 교수(이하 신) :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에서 자동차 전기와 전자장치 등을 담당하고 있는 신현초입니다.


교통 : 먼저 전기차 정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클래스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신 : 정규 과정과 위탁 과정, 2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정규 과정은 폴리텍 대학 자동차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상인데, 자동차 정비 등과 관련된 교육과정에 전기차 정비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탁 과정의 경우 제주도청에서 매년 협조공문을 통해 전기차 정비 위탁교육을 받을 현업 자동차 정비사분들을 선별, 저희 측에 위탁 교육을 의뢰해오고 있습니다.


교통 : 각 과정당 교육시간이나 인원 등은 어떻게 되는지요?


신 : 정규 과정의 경우 1년 간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저희 자동차 학과의 경우 정원은 60명으로, 매년 평균 4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일반 자동차 정비 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현업 정비사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 과정의 경우 한 클래스당 8시간 동안 집중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 2월 24일 제주도청에서 교육대상 명단을 보내왔는데 클래스당 20명씩 10회에 걸쳐 총 200명이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게 될 예정입니다.


교통 : 정규 과정을 거친 학생들의 경우 실제 취업시 전기차 정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는지요?


신 : 졸업생들 중 일반 자동차정비 관련 업종에 취업해서 전기차 정비를 겸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물어볼 선배나 단체 등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정비업계 전체적으로 전기차 정비의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비 숙련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많은 수리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아직 초창기라 모든 것을 정비사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준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자동차학과 신현초 교수


교통 : 현직 정비사분들의 위탁 교육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8시간 동안 충분한 교육이 가능한지요?


신 : 문제가 있긴 합니다. 일단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고난 전기차가 입고될 경우 구동계와 전기계 등 각각의 파트에 따라 전문가가 따로 있습니다. 때문에 각 파트의 기술자가 조금씩 차례대로 수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염없이 수리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정비에 두달씩 걸린다 등의 불만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지요. 기존 내연기관차가 대부분 정비사 혼자 수리가 가능한 것에 비하면 이런 분업화가 걸림돌입니다.


교통 :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무작정 교육만 진행한다고 될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신 : 일단 저희 대학의 경우 국내에 출시된 모든 전기차를 구입, 기증 받아 실습 자료로 사용중입니다. 또한 관련 충전기도 구비해놓고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시설을 갖춘 교육기관이 저희 외에는 없다는 점입니다.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관련 교육업계의 준비가 미비한 탓이지요. 또한 현직 정비사분들의 교육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할 듯합니다. 현재 위탁 교육을 받는 정비사분들이 대부분 금요일,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 교육을 받습니다. 피곤하고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교통 : 완성차 업계에서 나서야 하는 부분은 없을까요?


신 : 현재는 현대, 기아, 쉐보레, 르노삼성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정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정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교육참여 여부에 따라 협력업체에 가점과 벌점을 부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비사들 스스로 전기차 정비교육에 참여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센티브 등을 제시하는 거겠죠.


▲ 내연기관차와 함께 준비된 각 차종별 전기차



▲ 정비실습이 진행되는 실습관의 모습


교통 : 다시 학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자동차 학과를 졸업한 후 정비업체 외 다른 분야로의 진출은 없는지요? 특히 전기차 관련 분야가 궁금합니다.


신 : 자동차학과에서 공부하며 전기 관련 자격증도 함께 취득, 도내 전기차 충전업체 등으로 진출한 경우도 몇몇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 상태입니다. 해당 학생들과 얘기를 해보니 도내 충전사업의 경우 충전기 설치가 집중되는 특정 기간에는 일이 몰리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일이 거의 없는 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업체와 직원 모두 고용안정성과 인센티브 면에서 갈등을 갖게 되고요. 결국 현재는 모든 학생이 전기 관련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한 상태입니다.


교통 : 전기차 관련 업계로 취업하려는 학생들은 분명 있는데 도내 전기차 관련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기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요?


신 : 제주도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 적지 않은 수가 유지보수가 미흡하여 제대로 작동이 안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의 경우 해풍으로 인한 부식 문제도 있어 최근에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아무래도 충전기의 유지보수보다는 설치를 통한 숫자 확대에 치중한 것이 원인이지 싶습니다. 앞으로는 설치도 중요하지만 유지보수를 통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통 : 말씀해주신 취업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도내 업체들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데, 반대로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어디부터 풀어나가야 할까요?


신 : 아무래도 제주도에 전문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전기차 관련 업계에서도 서울 등지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해오는 경우가 많고요.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전기차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창기 단계임을 감안하면 제주도 내에서 육성한 인재들을 과감히 채용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서울 등에서 근무를 하다가 제주 캠퍼스의 전기차 관련 교육 활성화 등으로 제주로 온 케이스입니다. 전기차의 메카 제주답게 그 시작부터 도내 청년들을 길러내고 함께 하는 마인드가 요구될 것 같습니다.


교통 :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전기차 관련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


▲ 강의를 듣고 있는 신입생들의 모습


때아닌 꽃샘추위로 중산간에 위치한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의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있는, 정비 실습을 진행중인 학생들의 눈에는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도내 전기차 정비 인력부족을 단순히 업계의 문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보급 활성화에 못지 않은 도정의 숙제로 받아들이고 이에 관련 예산과 인력을 투입, 전기차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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