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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어떻게?

3. 우선차로, 대중교통 얼마나 빨라질까

제주도정이 오는 8월부터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려고 계획하는 가운데, 이 계획에는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도입이 포함돼 있다. 제주시내 주요 간선도로에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만 주행하는 차로를 만들어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2. 대중교통 우선차로, ‘교통지옥’ 만들 수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선차로는 버스를 제외한 여타 차량의 정체를 지금보다 더 극심하게 만든다이 문제는 장차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서 교통난을 해소하는 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참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는 우선차로가 당장 버스 주행속도 제고와 정시 도착이라는 기대하는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인 데 있다.

 

우선차로가 오히려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하면서 버스마저 지금보다 지체될 우려가 있는 구간은 특히 광양사거리 일대이다.

  

 

  

버스 주행 빨라질까?

 

제주도정은 오는 8월부터 광양사거리-제주여고 입구 2.7km 구간에 대중교통 우선 중앙차로를 도입하고, 차후에 광양사거리-제주여고 입구-제주대 입구 5.6km 구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방식은 도로중앙선 양쪽의 1차선 두개 차선은 버스 등 대중교통만 주행하게 하는 형태를 말한다.

 

제주도 대중교통체계 개편 실행용역보고서(제주도청, 한국교통연구원, 제주발전연구원 공동 수행. 이하 실행용역’)에 따르면, 광양사거리-제주여고 입구 구간은 버스 통행속도가 시간당 약 15km이다.

 

이 구간에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면 통행속도는 20%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대로라면 이 구간에서 버스 주행시간은 5분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보면 개선 효과는 꽤 크다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앙로는 버스와 여타 차량이 섞여 오가는 왕복4차선 도로라는 데 있다. 우선차로로 인해 중앙로 구간에서는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주행이 더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얼마나 더 지체될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5분을 훨씬 넘을 수도 있.

 

우선차로 병목현상, 사방팔방으로 여파 미쳐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중앙차로 방식은 왕복8차선 이상 도로에 적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 최소 왕복6차선 이상에만 적용 가능하다.


 


왕복6차선 도로에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면 정류장 구간은 일반차로-버스주행로-(중앙선)-승강장-버스정차대-버스추월차로-버스주행로-일반차로 등 왕복7차선으로 운영하게 된다.

 

늘어나는 한개 차선은 현재 제주시청 옆 버스정류장처럼 인도를 줄여서 만든 차선이다. 제주시내 왕복6차선 도로는 현재 상당 부분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 왕복6차선 도로에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면 정류장 구간과 변이구간에서는 일반차량 주행차로는 한개로 줄어들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병목현상은 줄줄이 뒤로 이어지면서 중앙로, 동광로, 서광로 3개 도로중 어느 한 곳을 지나 광양사거리를 거쳐 제주시청 방면으로 가려는 일반차량은 극심한 정체를 피할 길이 없다.


이런 문제점을 완하하기 위해 제주도청에서 구상하는 방안 중의 한 가지는 정류장 구간 역시 도로 중앙선 양편 1차선을 대중교통 우선차로로 만드는 안이다.  즉,  정류장 구간을 일반차로-일반차로- 대중교통 우선차로-승강장-(중앙선)-(간격을 둔 반대편 승강장)-대중교통 우선차로-일반차로-일반차로의 왕복 7차선  형태로 만드는 안이다.


이 안대로 만들 경우 정류장 구간에서도 일반차로는 한개 차선인 아닌 두개 차선이 되면서 병목현상은 상당 부분 완화된다. 

  

문제는 중앙로 구간

  

실행용역에 따르면, 광양사거리에서 KAL호텔 사거리 구간은 지금도 하루 종일 정체되는 점에서는 노형오거리에 못지않다. 여기에 더해 중앙로 구간은 우선차로를 도입할 수 없는, 버스와 여타 차량이 섞여 오가야 하는 왕복4차선 도로이다.

 

우선차로제를 시행하면 시청 인근에서 시작되는 병목현상이 더해지면서 중앙로 구간에서는 버스를 포함한 전체 차량이 지금보다 더 밀릴 가능성이 높은데, 얼마나 더 밀릴지는 예측 자체를 할 수 없다.

 

법원 인근 8호광장 쪽에서 동광로나 서광로 방면으로 가는 일반차량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중앙로로 가려는 차량이 광양사거리 이전부터 막히면 동·서광로로 진입하려는 차량 역시 막히게 된다.

 

결국 중앙로를 오가는 버스는 중앙사거리에서 광양사거리까지에서만 지금보다 더 정체되는 게 아니라, 반대 편 광양사거리에서 중앙사거리 방면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결국 광양사거리와 만나는 모든 도로가 양편 다 막히고, 그렇다보면 버스 역시 정체되고, 버스 주행시간이 우선차로에서 단축되는 것보다 그 이외의 도로에서 정체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얼마나 막힐까? 예측 불능

 

그럼 얼마나 막힐까예를 들어, 두개 차선으로 나뉘어 달리던 차량들이 어느 도로에서는 한개 차선으로 몰리면 주행시간은 2배로 증가할까? 그렇지 않다.

 

제주산 월동채소 수급을 예로 들어 보겠다. 월동채소 생산량이 평년보다 10% 정도 줄어들면 가격도 10% 정도 상승하는 게 아니라, 50% 상승할 수도 있고, 두 배 이상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서 생산량이 10% 정도 늘었는데 가격은 절반으로 폭락하기도 한다. 호주에서 밀 생산량이 10%가량 감소하자 국제시세가 2~3배 뛴 적도 있다.  


 

농산물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에서 보듯, 차량 통행량 증가(또는 차선 감소)와 정체시간의 관계는 선형이 아니라 비선형적이다.

 

새벽 이른 시간에 차량이 얼마 다니지 않아 뻥 뚫리는 도로는 이후 출근시간이 되기 전까지 차량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출근시간대에 접어들면서 차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정체시간은 통행량 증가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비선형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제주도 내 버스 대수는 관광버스를 포함해 3천대가 채 안 된다. 나머지 348천여 대 중 승객을 태운 택시도 우선차로로 통행하도록 허용한다해도 절반을 훨씬 넘는 여타 차량은 일반차로로 다녀야 한다. 그만한 차량이 우선차로 일부 구간에서는 세개가 아닌 두개 차로로만 다녀야 한다면, 그 여파가 우선차로를 넘어 여타 차로까지 얼마나 미칠지 예측 불가능하다.

 

비선형적 변동은 계산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미 버스 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등 타 도시의 경우 제주시내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해봐야 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황에 가깝게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발생 가능한 사태를 짐작이나마 할 수 있다.

 

하지만 744쪽이나 되는 실행용역보고서에서 이 문제점에 대한 언급은 시종점부 차로 변경에 따른 혼잡 발생한줄 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도 이 문제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차 없는 도로까지

 

제주도정은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올해만 약 64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는 데는 1당 약 2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8월에 먼저 광양사거리-제주여고 입구 구간과 공항로 구간 총 3.5를 중앙차로 방식으로 변경하면 그 비용은 총 73억여 원이 들어간다.

 

만약 중앙차로 방식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돌출되고, 이로 인해 이를 되돌리게 되면 73억원만 허공에 날리는 게 아니라, 나머지 567억원중 상당 금액과 되돌리는 비용까지 헛되이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제주도정은 관덕정 광장 복원과 함께 중앙로터리에서 서문로터리까지 약 500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구상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반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차로제 시행과 관련해 한 가지만 살펴보겠다.

 

해당 구간은 중앙로·동문로·서사라·탑동 등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길목이자 제주시 동쪽 편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목이다. 우선차로제가 시행되면 공항 방면으로 가려는 자가용과 렌터카 등이 지금보다 막힐 가능성이 높은 동·서광로와 연삼로를 대신해 관덕로로 더 몰릴 텐데, 길목을 막아놓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이밖에도 문제점은 층층으로 쌓여 있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심도 있게 사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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