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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어떻게?

2. 대중교통 우선차로, ‘교통지옥’ 만들 수도…

도로는 막히고, 주차공간은 부족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낮고 . 제주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버스 이용률은 제주도가 10.1%로 전국 광역시 평균 25.7%에 비할 바 못된다.

 

제주도정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한다. 제주도민 대다수는 현재의 심각한 교통문제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데 공감하면서 문제점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요약하면,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제주도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을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계획은 어설프고, 준비도 미흡하고, 그런데도 시행을 서두르고 있으며, 시행 이후 일어날 혼란에 대한 대비도 모자라고, 도민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과 홍보 역시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정은 개편 방향을 대중교통인 버스의 노선체계 개편, 버스 요금체계 및 운송업계에 대한 지원체계 개선, 서비스 제고3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비스 제고 방안 중의 하나로는 제주시내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 상당수가 오히려 교통지옥과 혼란을 초래하면서 안 하는 만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방안이다.

 

대중교통 우선차로, 버스 속도 제고와 정시 도착 가능?

 

대중교통 우선차로제의 장점으로는 버스의 주행속도를 높일 수 있고, 따라서 도착시간을 지키는 게 보다 용이하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문제는 편익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 제도가 잘 운영됐을 때 훗날 발생하고, 당장은 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의 정체가 말도 못할 정도로 극심해지면서 교통지옥으로 변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심지어 제주시내 도로 및 교통여건상 버스 주행속도 제고와 정시 도착이라는 기대하는 장점을 살릴 수 있기는 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시내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우선차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대상 구간은 ·서광로 무수천삼거리-광양사거리-삼양검문소 구간 15.3km 연삼로 신광사거리-삼양검문소 구간 10.7km 중앙로 광양사거리-제주대학교 입구 구간 5.6km 공항로 제주공항-해태동산 구간 0.8km 등이다.


 

  

이중 올해 8월에는 먼저 ·서광로 한라대 입구 사거리에서 사라봉 옆 국립박물관까지 구간은 가로변차로 방식으로 중앙로 광양사거리에서 제주여고 입구 구간과 공항로는 중앙차로 방식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가로변차로는 인도 쪽 차로를 대중교통 수단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중앙차로는 1차선을 대중교통 수단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차로 방식은 현재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다.

 

교차로 신호대기시간 더 길어져

 

우선차로제를 시행하면 버스를 제외한 여타 차량의 정체가 지금보다 더 극심해진다. 이 문제점은 제주도청 담당자들과 전문가들 모두 인정하고 있다.

 

중앙차로 방식에서는 가운데 1차선 두 차로를 버스가 오가고, 나머지 차로는 버스 외의 차량이 주행하게 된다.


 


 

그리고 교차로에서 좌회전 또는 유턴하려는 차량(버스 포함)은 좌회전차로인 2차선으로 진입해야 한다. 전용차로인 1차선에서 직진하는 버스와 2차선에서 좌회전 또는 유턴하는 여타 차량이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진신호와 좌회전신호를 동시에 줄 수 없고, 각각 별도로 줘야한다.


 

 

지금은 직진신호와 좌회전신호가 동시에 켜지거나, 직진신호가 먼저 켜진 상태에서 좌회전신호가 뒤를 이어 켜진다.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면 결국 신호체계가 지금보다 복잡해지고, 교차로에서 버스를 포함한 전체 차량의 신호대기시간이 현재 방식보다 길어진다.

 

버스 역시 좌회전하려면 좌회전차선으로 진로를 변경해야 한다. 또 버스가 우회전하려면 인도 쪽 차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자체가 정체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우선차로 운용으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정체가 심해질 1차선 외의 차로로 버스가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오는 8월부터 중앙차로 방식으로 운용하려는 광양사거리-제주여고 구간은 광양사거리 - 법원 인근 8호광장 교차로 - 제주소방서 앞 교차로 - 중앙여고 교차로 - 제주여고 교차로로 이어진다. 거의 대부분 좌회전 또는 유턴이 허용되는 교차로이다.


 

 

이중 특히 광양로타리는 동·서광로 및 중앙로가 교차하고, 8호광장 교차로는 연삼로와 교차하며, 중앙여고 교차로는 연북로와 교차한다. 이들 교차로는 4개 방향 모두 정체가 심한 구간이기 때문에 우선차로 직진 구간에만 버스 주행신호를 길게 줄 수 없다. 또 제주도정은 차후 연삼로도 우선차로로 운용할 계획이다.

 

교차로, 교차로, 또 교차로

 

제주도의 도로는 거의 대부분 왕복 6차선 이내로, 중앙차로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폭이 좁다. 때문에 정류장을 양방향으로 한곳에 설치할 수 없고, 별도로 나눠 설치해야 한다.

 

, 정류장 구간에는 양방향으로 버스 정차대·추월차로·주행차로를 각각 별도로 만들어야 하고,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서는 변이구간도 추가해야 한다.


 

  

제주도정은 중앙차로 방식을 광양사거리에서 제주여고 사거리까지 구간에 이어 나중에 제주대학교 입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행용역에 따르면, 이 구간의 교차로는 18개에 교차로 간격은 평균 311m, 정류장은 31개에 정류장 간격은 평균 350m이다. 제주시내가 서울보다 유난히 교차로는 많고, 교차로 간 간격은 짧은 편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아래 그림처럼 300m를 조금 넘는 짧은 구간 중간에 정류장 2곳과 변이구간 2곳을 각각 만들어야 한다.


 


또 교차로 인근 2차선에는 좌회전차선을 양편에 각각 만들어야 하고, 1차선을 달리던 버스가 우회전하려면 인도 쪽 차로로 방향을 바꿔야 하고,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시간은 대기시간대로 길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도로 곳곳에 횡단보도도 있다.


도로 폭 좁은데 대중교통 우선 중앙차로 가능?

  

  


제주시청 옆 도로를 보면, 정류장이 설치된 구간은 인도를 줄이고 차선 한 개를 늘려 편도 4차선처럼 운용되고 있다. 제주시내 왕복 6차선 도로가 거의 전부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중앙차로 방식으로 바꾸면 위 그림 대중교통 우선 중앙차로 방식에서 보듯 정류장 구간에서는 7차선으로 바뀌지만, 일반차로는 한 개로 줄어들면서 버스 외의 차량은 극심한 병목현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반차량의 정체는 정류장 구간을 넘어 줄줄이 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더. 버스 이외의 차량이 얼마나 밀리지 시행해봐야 알 수 있다.

 

버스가 전용차선인 1차선의 일부 구간을 지금보다 빨리 달려봐야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려면 정체가 심한 일반차로로 이동해야 한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우선차로 구간 전체적으로는 주행속도 제고 효과는 아예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일반차선의 병목현상 때문에 버스도 오히려 더 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차로 방식의 문제점으로는 이밖에도 도로 중앙에 설치된 정류장으로 인한 안전문제 대두, 안전시설 설치비용 증가, 중앙차로가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서 차로를 변경하는 데 따른 혼잡 발생 및 사고위험 증가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도로 폭이 좁으면 추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항진입로는 왕복 4차선 도로다. 하지만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하려면 도로 폭은 최소 왕복 7차선을 만들 수 있는 넓이라야 한다.

 

제주도청에서는 우선차로 설치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오는 5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어떻게 설계하면 왕복 4차선 공항로에 중앙차로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시행되는 버스 전용차선제가 일정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는 어느 정도 걸어가거나 버스에서 내리면 신속하게 정시에 도착하는 전철(지하철)을 탈 수 있고, 또 대중교통이 고속버스·기차 등 장거리 교통수단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제주도의 여건은 전혀 다르다.

 

사전 설명회·홍보 아무리 해봐야 눈앞에 닥쳐야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도 내에서 실제 운행되는 차량은 2016년 말 기준으로 351,506대이다. 이중 대중교통용 버스는 507대이며, 제주도정은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버스 258대를 더 늘릴 계획이다.

 

제주도 내에서 운행되는 관광버스 2,280여 대도 우선차로로 다니도록 허용한다며 우선차로로 다닐 버스는 총 3,040여 대가 된다. 나머지 348천여 대, 99%를 차지하는 여타 차량은 일반차로로 다녀야 한다. 99%가 다녀야 할 일반차로와 비교하면 우선차로는 텅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제주도정은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들어 자가용 이용을 줄이겠다고 한다. 지금 계획하는 방식대로 우선차로를 만들면 당장 자가용 운전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언제 바라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까? 나타나기는 할까?

 

지금도 막히는 상황에서 장차 얼마나 더 막힐지 모르는 일반차로로 다녀야 할 운전자 99%를 제주도정은 어떻게 설득하려는 것일까?

 

취재과정에서 여실히 느낀 점이지만, 교통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 대부분은 우선차로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시행 시기까지 5개월여 남았으니까 그동안 홍보하고 설명회를 하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봐야 별무신통이다. ‘쓰레기 정책만 해도 거액을 쏟아 부으며 사전에 홍보를 할 만큼 했지만, 막상 닥쳐야 문제점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원성을 쏟아내지 않던가? 쓰레기로 전락했다고.

 

제주도정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계획에서 문제되는 것은 대중교통 우선차로만이 아니다. 첩첩산중이다.

 

제주도의 교통체계 개선은 지난 30년여 교통여건이 변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데 따라 그때그때 땜빵식으로 단편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렇다보니 지금과 같이 문제점이 누적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지금처럼 계속 갈 수 없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도입하고 난 뒤 쏟아지는 원성을 제주도정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성이 쏟아지는데 시민의식운운하는 공무원은 최악이다.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효과를 거두겠다는 정책 역시 최악이다. 불편을 초래하는 정책의 효과는 즉각 두드러지게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땜방식 수정을 거듭하며 당초 시행 목적이 무엇이었던지 모를 졸작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시행 시기를 늦추더라도.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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