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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기차 시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가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1.03 17:52:53

① 전기차 대중화, 가정용 충전기 보급이 선행돼야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한 제주도정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이 올 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제주도청이 발표한 예산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관련 예산으로 총 1,56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회복, 미래성장동력산업 육성 등 산업 부분에 편성된 2,687억원의 예산 중 무려 58%를 전기차에 할당한 것이다.

 

도정에서는 이러한 예산투입과 관련 정책 손질을 통해 올 해까지 전기차 1만5천대, 2020년까지 13만대, 2030년까지 46만대를 보급함으로써 도내 차량 10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목표달성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타 시도 대비 높은 보조금 지급액과 적극적인 홍보, 렌터카와 택시와 같은 업무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 등 도정의 의지와 정책만으로 달성하기에는 그 목표가 너무 높아 보인다. 결국은 도민들에게 자발적인 전기차 구입 욕구를 심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전기차 구매 희망자들의 구매의욕을 꺾는 가장 큰 방해요소는 무엇일까? 모두가 알고 있듯 충전의 불편함이다.

 

도정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해까지 구매 보조금 위주로 진행되던 전기차 정책을 올 해부터는 인프라 구축과 생태계 조성 위주로 전환한다 발표한 것이다. 단계적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고 전기차 제조사의 자발적 프로모션으로 이를 대체하는 한편, 도내 주요시설 및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급속·완속 충전기 설치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다.

 

방향은 옳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실제 전기차 구매 희망자들, 그 중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가정용 충전기 확보에 대한 대안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의 경우 긴 충전시간과 주차공간 독점 문제 등으로 사용대상이 극히 제한되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전기차 소유주들이 충전을 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관공서와 주요시설, 관광지 등에 설치된 공용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방식과 자신의 주거지나 직장에 설치된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관공서에 설치된 한국전력 완속 충전기. 사실상 근무하는 직원들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용 급속 충전기(50kw)의 경우 배터리 용량의 80~90%까지 충전하는데 대략 30~40분 가량이 소모되며 충전기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40분이 지나면 충전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설치 주체가 한전이냐 환경부냐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2017년까지 무료로 충전이 되는 곳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kwh 당 313원이 과금된다.



관광지에 설치된 환경부 급속 충전기



▲ 관광지에 설치된 한국전력 급속 충전기

 

이에 반해 가정용 완속 충전기(7kw)의 경우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대략 5시간이 걸리는 대신 kwh 당 요금이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52.5~244.1원으로 차등 부과되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1~2만원 이내의 기본요금이 부가되지만 주로 야간에 충전을 할 경우 급속 충전기 대비 최대 5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공용 급속 충전기와 가정용 완속 충전기의 차이는 비단 요금뿐만이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패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택시와 렌터카 등 1일 주행 거리가 길고 이동 경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영업용 차량의 경우 도내 주요 시설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즉, 기존에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듯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길어도 5분 이내 주유가 가능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8배 이상 소요되는 불편함은 있지만 택시와 렌터카의 경우 급속 충전기를 촘촘히 설치함으로써 어느 정도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문제는 영업용이 아닌 일반 차량 사용자다. 직장인, 자영업자, 농·어업인, 학생 혹은 가정주부 등 매일 일정한 시간에 비슷한 주행경로와 거리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급속 충전기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신이 오가는 집과 직장 근처에 항상 비어있는 충전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평소 행동반경을 벗어나 이를 이용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급속 충전이 배터리 성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핸드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이 주를 이룬다. 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방전 횟수 등에 따라 성능효율이 점점 감소되는데, 최근 신형 전기차 볼트를 출시한 GM에서는 “8년 가량 전기차를 사용할 경우 최대 40%까지 배터리 효율이 감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쉽게 말하면 한 번 완충하여 1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의 경우 8년이 지나면 60km로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쉐보레에서 출시한 신형 전기차 볼트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 팩

 

이에 전기차 제조사에는 6~10년까지 배터리 보증기간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결함이나 고장이 아닌 성능 저하로 인한 배터리 교체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이나 사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악의 경우 그 용량에 따라 수 백 만원에서 천 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배터리 교체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급속충전이 완속충전에 비해 배터리 성능효율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은 가정과 직장 등 주 생활공간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완속 충전기다. 배터리 성능저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야간 시간에 충전을 한 후 다음날 하루 동안 주행을 하고, 다시 야간에 충전을 하는 반복 패턴을 보장해주어야 전기차의 효용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한 공용 충전기 위주의 설치 확대 정책이 결국 택시와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의 활성화에만 도움이 될 뿐 일반 사용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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