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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그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 등록 2016.11.22 10:32:35

이종찬 평생교육지원과

 연주가 시작됐다.

 

 엇박자에 가까운 기타와 드럼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맞춰 소년은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앳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다들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악보를 응시하지만 곧 잘 틀린다. 노래의 절정 부분에서는 온갖 힘을 주며 몸을 꽈배기마냥 비틀지만 음은 잘 올라가질 않는다.

 

 어느덧 연주가 끝나고 서로를 바라보는데 마치 대형 공연을 끝낸 락밴드마냥 가득하고 뿌듯함이 얼굴에 가득 차있다. 그러다 곧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후다닥 도망가 버리는 아이들.

 

 하지만, 그 순간 정말 아이들이 아름다웠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렇게 연주를 못하는데도 감동적인 것은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었다.

 

 아름다움. 이렇게 보면 그것은 꼭 남보다 뛰어나고 월등히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왜 나는 어느 순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가치 있고 가치 없고의 문제를 그동안 너무 하나의 잣대로 나누었던 것 같다. 돈이 많고 적고, 직업이 좋고 나쁘고, 학벌이 좋고 안 좋고 그리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한쪽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많은 것을 누리지만 반대쪽은 노력할 여지가 많은 실패자로 여겨진다.

 

 아름다음과 추함이 그렇게 나뉜다. 그러나 추함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을 진정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곶자왈 돌 틈에 자라난 작은 풀은 누구보다 작고, 곧게 자라지도 못했으며, 색도 단순하여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에 맺힌 생명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것은 그 무엇과 비교되어 얻어지는 것이 아닌 오롯이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왜 학교현장에서는 모두에게 성적이라는 잣대로 꽃집에서 잘 팔리는 그런 값비싼 꽃이 되는 것을 강요할까. 이러한 인식 때문에 중학교에서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다 마치고 입학하는 아이가 늘어나고, 가장 빛나는 시기에 모든 시간을 문제 푸는 것에 투자하는 건 아닐까.

 

 곧게, 곧게, 하늘로, 하늘로, 남들보다 크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에게 좀만 더 힘내라고 응원하는 것은 분명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안타까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꽃들처럼 곧게 그보다 더 높게 자라나라고 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너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해주는 것이 옳은 교육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진정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작은 풀은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엄마,아빠 세상은 너무나 작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 있어요. 돌담에 핀 꽃도, 모래밭에 있는 조개껍데기도 저마다 다 자기만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건가 봐요."라고 말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변화는 이처럼 작은 말 한마디부터 시작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이순간에도 학교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서귀포시도 이러한 노력에 발맞추기 위해 2017년부터 관행적으로 지원해왔던 학력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학생들이 각자의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비교과목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담당자로서도 내년 현장방문이 기다려진다.

 

 아름다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모습들로 환하게 피어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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