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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새내기 공무원과 쓰레기 이야기

  • 등록 2016.10.11 14:46:08

최여울 제주시청 생활환경과

새롭게 제주시 공무원으로 뽑히면 임명식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제주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올해 9, 제주시 공무원이 된 나 역시 동기들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현장체험 교육이 있었던 둘째 날, 우리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봉개동에 있는 쓰레기매립장이었다. 빌딩만큼 높게 쌓인 쓰레기와 이를 옮기는 거대한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을 때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입이 떡 벌어졌다.

 

하지만 곧 마음이 무거워졌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뼈저리게 느껴진 것이다. 또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 제주시장님의 연설을 듣는데 스스로를 쓰레기시장이라고 이야기하며 제주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역설했다.

 

그리고 이렇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제주도에서 나는 클린하우스와 환경미화, 청소운영, 재활용 등을 담당하는 생활환경과로 발령을 받았다. 그래서 이제 쓰레기를 버릴 때도 조심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으니 그건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손에 든 약포장지와 화장품용기를 보며 어떻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일이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상황에 있을 것이다.

 

모두들 쓰레기 문제가 제주도에서 심각하고 이 때문에 쓰레기양을 줄이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 분리수거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일본에는 각 시마다 쓰레기사전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버려야할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수거해야할지 모를 때 마치 국어사전을 찾듯이 쓰레기사전에서 그 이름을 찾는 것이다. 이 사전은 각 시의 홈페이지에 올라와있고 가정마다 책 형태로 제공되기도 하는데 어느 수거함에 버려야하는지, 또 버릴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지 자세히 적혀있다.

 

재활용 분야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에는 Pfand(판트)라는 재활용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빈병 보증금 반환제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시민들의 생활에 더 친숙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웬만한 큰 상점에 가면 자판기형태의 판트 기계가 있다. 여기에 빈 병을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고 이를 상점에서 돈으로 바꾸거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계가 있으면 실천하기도 쉽고 빈 병을 봤을 때 이 제도가 바로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만들고 제안하고 수정하고 실행하기 위해 오늘도 생활환경과의 시간은 바쁘게 돌아간다. 난 아직 내 앞가림도 못하는 새내기 공무원이다. 하지만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를 항상 느끼고 되새기며 일에 임해야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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